3 서울에서 보내. 가수가 됐어. 내가 간절히 바라고, 형이 죽도록 응원하던. 내 노래를 가장 좋아해 주었던 형이 그립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발성이 좋다며 나를 칭찬해주던 형이 이 서울에서 유난히 그리워. 나를 배웅하던 형을 어떻게든 이곳으로 데려왔어야 했나. 내 마음이 그만큼 기울어 있다는 뜻이야. 소나기가 내리면 우산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가던 우리가 ...
“그만하자. 너도 이유는 알 거라 생각해.” 남자는 남은 아메리카노를 홀짝이곤 자리를 떴다. 석민은 조금도 줄어들지 못한 제 몫의 아메리카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 쓴 거 싫어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하긴, 이런 것도 신경 쓰지 않는데, 오래갈 연애는 아니었다. 석민은 얼음이 다 녹아 싱거워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카운터로 가져가 테이크아웃을 부탁했다. ...
"후회하는 게 있군요?" 엥 아니요. 순영은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줬을 뿐이다. 괜찮으세요? 대한민국 슈퍼스타로서의 체면치레도 벗어두고 살금살금 도둑마냥 새벽 편의점 맥주를 사오는 길에 길바닥 한가운데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줬을 뿐이란 말이다. 누가 봐도 수상쩍게 생긴 로브를 걸치고 있는데도 순영은 기꺼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줬다. 몸을 일으키자 긴 곱슬머리 사...
요새 부쩍 이석민네 편의점에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이상한 단골 손님 양걸 씀 일명 타이거 씨. 그 손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석민이 일하는 편의점을 방문한다. 항상 같은 시간대에, 요일마다 사 가는 것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하 x 보 곰돌이 젤리 작은 봉지 3개, 화요일에는 닭 가슴살 한 봉, 수요일에는 옥수수수염차 두 병과 오천 원짜리...
애초에, 한심한 사랑놀이가 있었다.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걸 사랑이라고 서로를 달고 살았다. 무뎌진 감정들을 파헤치면 손에 덕지덕지 미련이 붙었다. 나는 털어내고 추억하지도 않았다. 아무렴 그딴건 잊고 싶었다. 우리의 여름은 누가 그리울까 스트레스에 의한 방심성 이별. 우리 그만 할 때도 되었지라며 되내었던 것들. 그 모든 순간에 대한 마침까지...
□ 앙상하게 마른 내 팔은 계절을 끌어안지 못한다. 잔뜩 젖어 추위에 떠는 내 몸을 그러안다 든 생각이었다. ■ 언젠가 스치듯이 만났던 배불뚝이 아저씨는, 사람은 좀 무게가 있어야 하고 진득하게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내뱉은 말은 무거워야 한다고. 또 말보다도 약속이란 것은 정말로 무겁기 그지없어야 한다고. 그것은 끝없이 무거워도 되는 것이라고....
바다 관련 트리거 주의 지난 여름 모든 것을 바다에 빼앗겼다. 그 애가 온 건 몇 달 전이었다. 6월 둘째 주에 고3 전학생이라니. 전학생이 온다는 말에 애들은 의아해했다. 대부분 잘 안 오니까. 또, 이맘때쯤이면 1학기 내신도 끝나 있었다. 더군다나 우리 학교는 바다 근처 시골 학교라서 학생 수도 무척이나 적었다. 바다와 제일 밀접한 학교. 창문 너머에 ...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언제였나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열린 사내 교육에서 순영은 인생 최대의 질문을 받게 된다. SNS에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였다. 사실 순영은 이런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회사 사칙 상 직원들은 일년에 몇 번 사내 교육에 참석해야 했다. 연간 교육 일정을 쭉 보던 순영은 그나마 제일 만만해 보이는 일정을 선택...
빌딩이 늘어선 골목으로 배달 대행사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선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석민이 헬멧을 벗는다. 머리가 땀에 절여졌다. 이마에 맺힌 땀을 팔로 대충 닦아냈다. 아직 6월 말인데도 더위가 기승이다. 배달용 박스에서 치킨 봉투를 꺼냈다. 위에 붙여진 영수증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우주빌 402호 가게 요청사항: 맛있게 해주세용...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무진은 1년 내내 안개에 덮여 있다. 여름이 되면 안개는 점점 짙어져서 눈앞에 있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곤 했다. 순영은 그것이 우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운치 있지 않아요?” 석민의 말에 순영은 얼굴을 찌푸렸다. 운치가 다 뒤졌냐. 너는 4년이지만 난 19년째야. 좋을 ...
하월비상(夏月飛霜) - 여름철에도 서리가 내린다. 돌망이 “이석민 배우님이 이번에 주연으로 참여한 뮤지컬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아직 고등학생인 나이에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배우님은 재작년에 뮤지컬을 시작했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님이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팬 분들이 많이 궁금해 하셨어요. 여쭈어 봐도 될까요?” “...
𝙎𝙚𝙤𝙠&𝙎𝙤𝙤𝙣 𝘾𝙤𝙡𝙡𝙖𝙗𝙤𝙧𝙖𝙩𝙞𝙤𝙣, 𝙇𝙖𝙨𝙩 𝘼𝙪𝙜𝙪𝙨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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